드라마/영화2010. 7. 24. 00:07

로마의 철학자 에픽테토스라는 사람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니?

아니요.

인생에 대해 특이한 가치관을 갖고 있던 재미있는 사람이었단다. 에픽테토스는 "평범한" 사람들을 토가의 흰 실에 비유했단다. 구별할 수 없는 존재들이라고 말이야. 자신은 붉은색 실이 되고 싶어 했단다.
"밝게 빛나는 그 작은 부분이 나머지 전부를 우아하고 아름답게 비쳐지게 만들어 주도다. 그런데도 왜 나에게 다른 다수처럼 보이게 하라고 하는가? 그렇게 되면 내가 어찌 붉은색이 되리요?"
라고 물었단다

하지만 붉은색이라는 게 고통스러울 때가 있어요.

그렇구나.

S02E15 Smile 중에서.

아이와 이렇게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다니!
대화를 보고 문득 깨달은 건데 사람들은 웬만하면(모두라고 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나는 포함!)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중들 사이에 섞이고 싶어한다. 그래서 유행이라는 것도 생기고 내 자신이 너무 튀지는 않는지 늘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곤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남들과는 다르다고 믿는 걸 좋아한다. 이것이 저 여자아이가 얘기한 '붉은색'인 것이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정신적 고통을, 때로는 육체적인 고통까지 야기하기 때문이다.

보스턴 리갈은 유쾌한 법정 드라마이다. 매 에피소드마다 웃음거리가 넘친다. 앨런 쇼어의 최후 변론도 때로는 어처구니 없으며 때로는 감탄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진정한 의미는 이런 데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사회에서도 논란이 되었던 이슈를 주제로 다루면서 우리가 그 주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당연히 해결책은 알려주지 않지만 적어도 생각할 수 있는 '미끼'랄까 그런 걸 제공한다. 깨어나라 는 것일까.

정말 각 에피마다 감상문을 적어댈 수 있을 정도로 멋진 드라마지만 내가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도 못 될 뿐더러 지금 연속으로 달리는 중이기 때문에.ㅋㅋ 아무튼 거의 모든 사람들이 추천할 정도로 멋진 이 드라마를 이렇게 늦게 접하게 되어서 본인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는 바이다. (왜냐면 요즘 시간도 없는데 달리느라 힘들단 말이지.)
Posted by Roah+